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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후기! - 소재만 바뀌었지 기승전결은 언제나 비슷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결말, 스포일러, 뮤지컬 영화)
    영화 (Movie) 2023. 1. 8. 18:30

     


     

    사실.. 이 영화는 별로 보고싶지 않았다.
    가장 크고 유일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윤제균 감독에 대한 명성은 꽤나 자자하다 보니 굳이 돈 주고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제일 대표적인 예로, 얼마나 영화를 뻔하게 만드는지 18년도 쯤에 귀환이랑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하니

    바로 며칠 지나지 않아 익명의 누군가가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글을 올렸고 모두가 극공감을 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무기한 제작 중단 기사가 떠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는...

    아무튼 정말 안보고 싶었으나 요새 볼 영화가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자친구는 이 영화를 보고싶어 해서

    냥 까짓거 한번 보러가자! 하고 마음을 비운 상태로 '영웅' 을 감상해 보았다.

     


    이 영화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 한 것이다.

    그래서 뮤지컬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았던 정성화 배우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았다.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3년내에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장면에서부터 암살에 성공하고

    안중근 의사가 사형에 처할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 중 영화적 재미를 더하기 '설희' 와 '마진주' 라는 캐릭터를 추가하였다.

     


    일단... 아무리 웰메이드 뮤지컬 영웅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한들 윤제균 감독의 스타일은 아주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스토리 자체는 매끄러웠고 개연성도 이상하거나 그런건 없어서 스토리는 무난하다면 무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든 영화중에서 소재가 갈아치우고 기승전결의 틀을 그대로 갖고 온 것 같은 느낌이라 영화가 뻔하고,

    그래서 오죽하면 영화 내용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웃긴게 들어갈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 얼마 안가 웃긴 대사나 행동이 나오고,

    누구 하나 죽겠는데 생각들면 얼마 안가서 죽고, 이쯤에서 슬픈거 나오겠다 싶으면 정말 바로 슬픈게 나온다.

    그리고 그 각각의 포인트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그때 나오는 대사, 연출 등 이전 영화들과 어떻게 다 똑같이 했는지!

    분명 22년도 영화인데 12년도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러니 영화에 몰입이 하나도 안돼서..

    드디어 처음으로 윤제균 감독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았다. 남들 다 훌쩍거리면서 울때 나만 울지 않았다니

    약간 감독과의 울음참기 챌린지에서 내가 우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역사적으로 참 위대하고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정말 감격스러운 줄거리겠지만

    감독의 뻔한 연출과 각색이 이걸 다 망쳐서 몰입은 커녕 영화 속 단점만 부각시킨 것 같다.

     


    이제부터 단점을 와르르 쏟아낼 예정...
    일단 사운드 믹싱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음악 전공을 했어서 단점이라고 더 크게 생각한 걸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컬보다는 엠알이 좀 더 앞으로 치고 나오는 사운드라서 보컬이 조금 묻힌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찾아보니 70% 정도 라이브 녹음으로 진행하고, 30% 정도 후시녹음으로 진행했다고 하는데 완전 라이브 녹음이었다면

    어느정도 이해를 해줘야 겠지만 후시 녹음도 있고 믹싱 과정도 분명히 거쳤을텐데 왜 보컬 소리가 묻히는지 아쉬웠다.

    다른 것도 아니고 뮤지컬 음악은 무엇보다 가사전달이 잘 되어야 하는데.. 아니면 자막이라도 달렸음 좀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런 믹싱 상태를 발성으로 그냥 뚫어버리시는 정성화 배우의 보컬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성화 배우 캐스팅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보컬 실력도 그렇고 가장 자연스럽게 영화와 뮤지컬을 연기로 잘 조합한 배우라고 느껴젔다.

     


    배우분 얘기에 아어서, 정성화 배우 외 다른 배우들에 대한 얘기도 하고싶다. 원래 연기를 다 잘하시는 배우들이지만,

    뮤지컬 영화이다보니 좀 전체적으로 배우분들이 가저가시는 연기톤이 영화에서 보기에는 오버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정성화 배우 포함 김고은 배우, 조우진 배우의 연기는 오글거리지 않고 영화 연기와 뮤지컬 연기의 중간점을 잘 찾아

    연기하신 것 같다. 노래들도 다 잘 하시고! 하지만 다른 배우분들은 중간점을 못 찾은 느낌?

    그게 가장 도드라졌던 때는 영화 중간에 왕만두송을 부를 때이다.

    부엌문을 세 배우가 활짝 열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너무 오글거려서..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분명 뮤지컬이었다면 오글거린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좀.. 힘들었다.

    또 개인적으로 이현우 배우분은 분명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닌데 언제나 비슷한 역할만 맡아서 연기를 하는게 아쉬웠다.

    물론 외모가 굉장히 동안이시고 순수한 소년의 느낌이 많이 나다보니 그런 역할을 많이 하시는 거겠지만,

    그런 이미지를 벗어난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해보시먼 너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편집점에 대해서도 아쉬운 맘이 들었다. 컷편집을 하는 부분에 수건이나 앞치마를 쳐서 화면이 확 어두워지면서

    그때 장면이 전환되거나 같은 오브제를 비추면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화면이 전환되는 편집점이 많았다.

    말로 설명을 하기 힘들어서 잘 이해가 안될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 아마 느낄 것이다.

    근데 이게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도 한두번 써야 괜찮다라고 느끼지, 이런 부분이 좀 많아서 나중 가서야 좀 거슬렸달까?

    그냥 컷편집한 것 처럼 넘어가도 자연스러운데 굳이 그런걸 넣어서 잉 스러울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코미디 영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영화이니 진중한 포인트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몇몇 편집점들이 영화의 무게를 안 좋은 의미로 덜어낸 것 같아 아쉬웠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아쉬운게 있었다. 실제 사건에 없던 일들을 추가하면서 좀 많이 사실을 부풀렸달까?

    가장 도드라지는게 초반에 나온 명성왕후 시해 장면이다. 워낙에 명성왕후야 미화된 점이 많아서 얘기가 많긴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미화는 기본으로 깔고 시해 장면에서 왕후의 뛰는 심장을 잘라서 꺼낸 다음, 시녀들 보는 앞에서 시신을 불태워 버린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극도로 분노하기를 원했던건지 아니면 이 장면을 통해 영화 속 설희의 감정에 몰입을 한번에 할 수 있도록

    하려는건지 아무튼 좀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다. 15세 영화에 굳이 뛰는 사람 심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왕만두 송 전에 이미 이 장면에서 한번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그런 장면 안 넣어도 설희의 감정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가고,

    초반부 이후에 설희에게 더 몰입이 되도록 하는 장치를 넣었음 좋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단점은 바로 개그요소이다.
    앞서 말했듯 편집점이 이 영화의 무게를 덜어냈다 했는데, 사실 개그요소가 그런 점이 가장 심했다.

    영화 초반부터 안중근 의사와 아내가 말다툼 하는 장면에서 실수로 베개를 가방안에 넣는 등 굳이 웃기지도 않는 장면은 왜 넣는지 모르겠다. 또 독립투사 두명이 일본군에게 발각되는 장면을 약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것도 이해가 안간다.

    거사를 앞두기 몇시간 전 독립투사들이 그런 모습으로 투항할까?

    그냥 진지한 모습으로 발각되게 했다면 영화 속 가장 큰 사건인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이 더 진지하고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왜 한참 진지한 텐션을 올려야 할때 그런 요소를 넣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또 문제는 개그의 질이 너무 구시대적이다. 요즘같은 시대에 사람 외모에 대해서 개그를 치다니!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가 절대 웃긴 문장이 아니라는걸 감독은 알아야한다.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관 내에서 그 대사가 나오고 웃은 사람은 거짓말 안치고 한, 두명 밖에 없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옛날에 치던 개그가 먹히지 않는 세상이 왔다.

    개그를 넣을거면 좀 생각을 하고 넣지 왜 1차원적인 외모비하 개그를 넣는지 감독은 시류를 좀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어쩌면 그걸 읽지 못해서 매번 똑같은 영화를 찍어내듯 만드는 건가?

    엄청 까는 내용만 잔뜩 넣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참 인상깊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안중근 의사의 사형 판결 소식을 듣고 쓴 편지가 참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 자식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때 나는 이렇게 아들에게 명예롭게 죽으라 하고 아들의 독립투사 일을 마냥 응원할 수 있었을까?

    그걸 담담하게 편지에 적는다 한들 실제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생각하면 아직도 좀 울컥한다.

    거기에 안중근 의사 어머니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 슬펐다.

    안중근 의사 가족들 뿐 아니라 다른 독립투사 가족들의 마음도 이랬을거라 생각하니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과

    한편으로 이런 분들을 잊고 있었다는 생삭이 들어 죄송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사실 영화적으로 성취를 한 부분이 아닌 역사적 사실 자체가 인상깊은 거라 영화 칭찬이 될 순 없지만..

    그래도 이 장면 만큼은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서 참 다행이었다.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꼭 추천해야만 한다면.. 국뽕이나 신파물을 오랜만에 보고싶다면,

    또는 뮤지컬을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나처럼 윤제균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비추천을 하고싶다.

    또 음악영화라 한들 믹싱 상태가 아쉽다 보니 굳이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도 없는 듯 하다.

    여러모로 아쉬운게 참 많은 영화였지만, 그래도 드디어 남자친구가 우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거 하나는 얻어갔으니 그 점은 이 영화의 장점으로 (나만의)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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