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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싱크홀' 후기! - 감독의 전작을 확인하고 봤어야 했던 영화..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 넷플릭스)
    영화 (Movie) 2022. 5. 4. 19:03

     


     

    나는 일이나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많아질수록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에

    최근들어 무겁고 생각을 많이하게 하는 영화 말고 액션이나 코미디 위주의 재밌는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는걸 선호했다.

    또 아무래도 러닝타임이 긴 영화는 부담스럽다 보니, 적당히 짧고 머리를 좀 비우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막 찾던 도중

    넷플릭스에 이 '싱크홀' 이라는 영화가 올라와있길래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배우진들이 다 낯익는 사람들이고, 또 이광수 배우가 다른 예능에서 활약한 모습을 생각하면

    이 영화를 보면 좀 머리를 비우고 그냥 재미지게 보지 않을까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에 체크를 했어야 했다. 이 감독의 전작 영화가 바로 7광구라는 것을...

     

     

    영화의 줄거리는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 (김성균)은

    자가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지만, 그 다음날 싱크홀로 인해 빌라 전체가 땅 밑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 안에 함께 갖히게 된 직장동료들과 이웃집 아저씨와 함께 싱크홀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영화에 담았다.

    그 과정을 심오하게나 현실적으로 담기보다는 유쾌하게 담았고, 아마 그 과정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빵빵 터질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음.. 일단 이 줄거리에 대한 현실성을 얼추 따져보자면 말이 안되는것들이 참 많다.

    일단 건물 사이즈와 거의 동일하게 싱크홀이 생길수가 있으며, 또한 싱크홀로 건물이 떨어질때 일직선으로 쭉 떨어질 수 있냐는 말이다.

    건물이 내진설계 같이 땅이 흔들리는거에 전혀 대비가 안 되어있게 지어져있는데, 떨어지는 과정에서 건물이 옆으로 쓰러지지 않고

    딱 꼿꼿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위에서 누가 쭉 누르는 것 처럼 수평이 맞게 떨어지는것도!

    또 싱크홀이 난 공간은 주거지 지역이기 때문에, 분명 땅 밑에 도시 시설물, 예를 들어 배수관 등이 분명 많을텐데

    땅에 그런 거 하나 없이 깔끔하다. 배수관 같은 것들 때문에 영화 내 변수가 생기면 더 재밌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텐데,

    여러 변수나 물리법칙 없이 그냥 수평에 맞게 쭉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건물을 설정했다는 거에서 좀 뭐지 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영화니까! 그런 부분들은 영화적인 광용으로 넘어간다고 쳐도 납득이 안가는건 많았다.

    현실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하루아침에 싱크홀에 가라앉았고, 나도 거기에 갇혀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 상황에서 드립을 치고, 약간 꽁트를 하듯이 생활을 하는 주인공 무리들이 이해가 안갔다.

    나라면 완전 멘붕에 빠져서 어떻게든 살 방법을 강구하고 서로 싸우고 뭐할 정신도 없을 것 같은데,

    감독은 배우들에게 그렇게 웃긴 모습으로 보이도록 지시하고, 또 그렇게 연출을 했다.

    아무리 영화적인 관용을 마구마구 베풀어도, 같은 사람으로써 납득이 안가는 감정씬들이 많아서 웃기다는 생각도 안들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을 웃기게 묘사한 것도 모자라서, 여기서 신파도 넣어서 좀 어이가 없었다.

    주인공들은 다 멀쩡하게 사는데, 그 밑집에 살던 꼬마 아이와 어떤 아저씨는 이미 죽은걸로 영화에서 나온다.

    그런데 둘의 시신이 다 멀쩡하게 나온다. 영화의 맥락에서 보면 그 둘은 싱크홀로 인해 신체적으로 충격이 가서 죽은것처럼 나오는데,

    정작 시신이 멀쩡하니까 그 둘이 죽었다는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분명 감독은 이 둘이 죽었다고 보여주고 또 같이 사는 할머니가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두고 탈출해야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뭔가 관객들이 여기서 눈물 흘리기를 바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죽은 두 캐릭터는 싱크홀에 빠지기 전 나오는 비중이 진짜 합쳐서 5분도 안되기 때문에

    관객이 이 둘의 죽음에 몰입할 겨를이 애초에 없었다. 그래서 죽은 두 캐릭터의 모습에서 슬픔보다는 감독의 의도가 너무 보였었다.

    그래서 슬픔보다는 짜증이 났달까... 분명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의미있고 납득이 가는 캐릭터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결말은 주인공 일행들이 물탱크를 통해 머리를 써서 무사히 구출 되어지고,

    다시 세상으로 나와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뭐 애초에 이런 류의 영화는 대체적으로 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만 막상 보니 허무했달까.

    그리고 싱크홀에 갇혀있는 동안 두 남녀가 사랑에 빠져서 싱크홀에서 구출 된 후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일반 집으로 하는 것이 아닌 캠핑카를 선택해서 둘이 원하는 곳을 자유로이 누비면서 신혼생활을 하는 게 나오는데

    뭔가 그 장면이 약간 어떻게 해서든지 내 집 마련을 하고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번 죽음의 위기를 겪고 욜로족으로 살겠다는 다짐은 꽤나 이해가 가는 맥락이다만 굳이 집을 캠핑카로..?

    집 하나 사겠다고 아등바등 하는 사람들을 놀리는 것 같았다. 물론 영화 앞부분이 꽤나 진지하게 묘사되고

    사실적인 부분이 많이 나왔다면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텐데 앞에서 실컷 앞뒤 안맞게 영화를 만들어놓고

    마지막 장면에 그런 걸 넣으니까 괜히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영화 '도굴'에서도 얘기했지만, 또 이번 싱크홀을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이 한층 깊어진 것 같다.

    그래도 전에는 배우진들이 좀 믿을만한데? 싶으면 왠만하면 고민없이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배우진이 좋다고 하더라도, 몇가지를 더 고려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의 전작이 7광구라는 걸 알았으면 안 선택했을 것이다. 7광구를 영화관에서 보았을 때의 지루함이 생각난다 갑자기..

    아무튼 이제는 영화의 평점이나 평론가들의 말, 또 감독의 전작품까지 살피고 영화를 잘 선택해야겠다 싶었다.

    나 말고도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텐데, 그럼 점점 한국 영화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인데 이러다가 해외 영화를 볼때 영화 티켓 값과 한국 영화 티켓 값에 차이를 줘서

    비싼 해외 영화가 아닌 비교적 싼 한국 영화를 선택하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이 생기는건 아닐까..

    너무 허황된 상상일 수도 있지만 계속 한국영화가 발전이 없으면 근 미래에 이런일이 생길수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돈 더 주고서라도 더 퀄리티 좋은 해외 영화를 선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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