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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후기 - 그림체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착오적인 영화 (결말, 스포일러)
    영화 (Movie) 2022. 3. 1. 20:38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을 보았다!

    인터넷에 치면 나오는 줄거리는 사실 단순하다.

    그냥 여름휴가동안 시골마을에 가면서 자신의 옛추억을 회상하고, 그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깨닫는 스토리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은 대체적으로 실패하지 않고 다 좋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 영화도 믿고 봤었다.

    하지만 아무리 제작연도가 90년대라고 하지만,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당했던 추억을 그땐 그랬지 하며 웃어넘기는 영화의 태도는

    21세기에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나로써는 몰입이 하나도 되지 않고 불쾌감만 잔뜩 들었다.

     

     

    주인공의 흑역사를 영화 속에서 계속 묘사함으로써 관객의 흑역사도 상기시키겠다 라는게 목적이었다면 아주 성공했다.

    수학을 못한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비정상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신발을 신지 않고 밖에 나왔다고 아빠에게 뺨을 맞고.

    비록 주인공만큼 심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느꼈던 억울함과 속상한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불쾌한 추억들을 가지고도 주인공이 한명의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다 라고 영화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전혀 와닿지 않았고,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었던 주인공의 어린시절이 너무 마음에 밟혀서 보는 내내 맘이 불편했다.

     

     

    제작연도 기준으로 주인공이 그 연도에 회사원이라면, 대충 셈을 하면 주인공의 어린시절은 우리 부모님의 어린시절과 시간대가 비슷하다.

    (찾아보니 어린시절은 66년도, 성인시절은 82년도 배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의 어린시절에도 이런일이 있었나 하고 생각해보면, 주인공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옛날에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고싶던 학업을 포기해야하고, 남녀 각각의 성역할이 매우 분명했던 시기라

    아마 하고싶은 것들을 지금처럼 자유롭게 하지 못하셨을거고,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으셨을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그런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후에 주인공이 어른이 돼서 더 당차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추억에 더 집중시켜 놓아서 온갖 불쾌한 기억은 다 꺼내고 갑자기 주인공이 어린시절 다 이겨낸듯한 느낌의

    마지막의 감동적인 엔딩 크레딧 씬 넣어서 결말을 내면 앞에 있던 모든 일들이 옛 추억으로 다 포장되는건 아니다.

     

     

     

     

     

     

     

     


     

    마지막에 엔딩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초면인 사람이랑 10일 동안 같이 지냈다고 결혼을 결심할 수 가 있지?

    그리고 시골 청년과 결혼 하라고 권유한 할머니는 둘이 서로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이어주려고 하는 것 보다는

    요즘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까 그냥 둘이 결혼해서 정착하라는 세속적인 마인드로 권한 거 아닌가.

    그래놓고는 앞부분에 도쿄에서는 꾸준히 독신으로 살았다는 설정이 주인공이 당차게 살아가는 여성이라고 설명을 해주기엔 역부족이다.

    나의 결혼 가치관은 이런 영화의 상황과 매우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이 매우 엥? 스러웠다.

     

     

    유일하게 이 영화에서 가장 와닿고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은 어린시절 히로타라는 남자애와 썸을 탔던 장면이다.

    다들 어린 시절에 한번쯤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있었을거고, 주인공처럼 실제로 이루어졌든 안 이루어졌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붕 뜨고, 그 아이와 내가 잘 되는 상상을 하고 그런 적이 다들 있었을 것이다.

    근데 왜 이 장면은 잠깐 나오고 마는 것인지!

    다른 불쾌한 기억보다는 히로타와의 추억을 더 다뤘으면 영화를 좀 더 기분좋게 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히로타가 좀 강렬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시골청년과 이어지는 스토리도 좀 맘에 들지 않았다.

     

     

    영화의 초중반부부터 불쾌한 감정을 많이 선사해주었기 때문에, 사실 그냥 영화에 대한 빡치는 기억만 남은 상황이라

    더 영화에 대해 써내려가고 싶어도 사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

    그저 지금 21세기에 태어난 것에 감사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 또한 불쾌한 추억이 잘못됐다는 인지를 못하고

    가스라이팅 당한 채 그저 10일 정도 밖에 만난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여 마치 어린시절을 이겨낸듯한 결말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 시골청년도 마냥 퓨어하다고 볼 수 있나? 어린시절 주인공을 좋아하는 감정을 괴롭힘으로 표현한 남자아이를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는게 맞는건가? 괴롭힘은 어디까지나 괴롭힘이지, 호감의 표현이 결코 될 수 없다.

    어찌됐든 이 영화를 통해 아무리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라도 조심해서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 영화보다 더 먼저 나온 이웃집 토토로보다 시대 착오적일 수가 있지?

    심지어 그림체 웃을때 마다 나오는 팔자주름 때문에 몰입이 다 깨지기도 했다.

    여러모로 참 실망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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