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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비정전' 후기 - 치명적인데 고독하다! (결말, 스포일러, 장국영)
    영화 (Movie) 2022. 2. 21. 09:41

     

     


     

    그렇게 쉽게 손이 가는 영화는 아니었다.

    명성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대가 되는 영화이긴 했지만, 마냥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은 듯한 영화였달까?

    그러다가 오늘따라 땡기기도 하고, 그 '발 없는 새' 장면을 보고싶기도 해서 '아비정전' 을 보게 되었다.

     

     

    (!스포일러 있음!)

     

     

     

    음.. 확실히 난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편집점이 내 기준에서는 뭔가 중구난방이었달까?

    앙가위 감독의 스타일이 원래 이런건지, 아님 이 영화에서만 이런 걸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떠한 배경지식 없이 이 영화를 볼 때는 이런 부분이 좀 감상에 방해를 준다고도 느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탄생시기와 고독이 이 영화의 주제이자 분위기라는 걸 알고는 그런 편집방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불안하고 고독한 느낌을 더 극대화 시키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래도 감상시에 방해가 됐던 부분 중 하나기에 마냥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장면 점프가 좀 심해서 물 흐르듯 영화를 이해하는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다시 영화 내용을 복기하고 머릿속에서 정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대사 하나하나와 그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왜 발 없는 새 대사가 유명한지 깨닫게 되었다. 남이 봤을때는 그냥 나쁜 남자인 아비의 마음을 확 와닿게 해주었다.

    여러 여자들과 사랑을 하고 있을때도 그는 고독했고, 다른 선택지는 접어두고 오직 고독하기를 선택했다.

    근데 그 모습이 너무 치명적이다!

    남들이었으면 꼴값 떤다고 보일 모습마저 치명적이라니.. 왜 장국영이라는 배우가 그렇게도 유명했는지 납득이 갔다.

    특히 3시 장면...와..

    나였어도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첫인상을 남기고 떠나버리다니 여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 같다.

     

     

    영화에서 아비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계속 고독하고 목표없는 인생을 자발적으로 살다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아비 역을 연기한 장국영 배우의 인생에도 이런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뭔가 장국영의 연기가 더 와닿기도 했다.

    대사나 표정에 큰 힘을 실지 않고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빛만으로 아비의 모든 감정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이렇게 늦게 안 것도 아쉽고,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아쉬울 따름이다.

     

     

    아비는 발이 없는 새여서 땅에서 살 수 없는 것이 아닌, 발 붙일 곳이 없어서 계속 날아다녀야 하는 불쌍한 새라는 생각이 든다.

    경찰관과 기차에서 대화하는 장면 중 선원은 아비가 자신이 새라고 하는데 그럼 한번 날아보라고 화내면서 말하는데

    그 장면에서 그는 자유로이 날고 있는 새가 아닌 그냥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쉬지 못하고 떠다니는 새처럼 느껴졌다.

    행동은 자유롭지만, 그의 감정은 어딘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가 총에 맞고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그립다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사람들은 그 그녀가 수리진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그 그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는 아비의 마음이 무엇인지 아는게 영화를 오히려 해치는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고독해야 아비 답다고 생각한다.

    그저 마지막에는 본인의 감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서 그게 인상적이었다.

     

     

    수리진에게 아비가 나쁜 남자였다면 수리진은 경찰관에게 나쁜여자 였다고 생각한다.

    필요할때 그를 찾고, 그의 마음을 본인이 흔들었다는걸 인지했을텐데 아비처럼 더 깊은관계로 유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보면 그렇다고 완전히 경찰관을 잊은 것도 아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으니까.

    이렇게 행동한 것도 아비에게서 받은 상처가 그녀를 그 순간만큼은 발 없는 새로 만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본인의 감정과 고독에 휩쓸리며 다니느라, 땅에 발 디디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돌보지 못하는 그런 상태.

    우리 모두 누구에게나 아비같은 사람이 된 적이 한번이라도 있을것이다.

     

     

     

     

     

     


     

    나름 몰입해서 잘 보다가 결말 장면은 정말 뜬금 없었다.

    갑자기 양조위 배우가 나와서 하나의 긴 장면으로 외출하는 장면이 나오고 영화가 끝이 난다.

    순간 내가 지금까지 영화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보고 있었나 생각이 들면서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양조위 라는 대배우를 저렇게 쓰고 만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2편을 위한 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편의 흥행이 완전히 망했으므로.. 

    결국 관객들에게 미스테리와 당혹감만 심어준 장면이었다.

    한편으로는 2편이 나왔으면 어떤 내용이었을까 궁금하기는 하다. 1편과 이어지는 내용이 있을까?

    양조위와 장국영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진 캐릭터로 나오는데 어떻게 줄거리를 풀어갈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비정전 하면 오로지 장국영만 떠올릴 수 있게 1편만 나온게 잘한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아비정전을 몇년 일찍 봤다면, 난 이 영화를 그저 지루하고 난해한 영화라고만 생각했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에는 좀 힘든 감정선들이 많았고, 대사를 이해하는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살면서 한번이라도 외로움을 느껴보고, 이에 대해 고찰하고 나서 이 영화를 봐야 영화에 이입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고독하고, 또 치명적인 장국영의 매력을 새로이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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